너무나 당연한 상식이지만 자유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무척이나 중요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자주 개인의 자유는 편견, 어리석음, 무지에 의해 말살 당하곤 합니다. 달까지 도달한 인간의 성취를 생각한다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에요. 나의 취향이나 성향이 다수의 취향, 성향과 다르다고 해서 불편과 어려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니 말이죠.
<페스티발>은 소수자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해영 감독은 장편 데뷔작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이미 이러한 문제를 다룬 적이 있지요. 그의 작가적 야심은 일관된 듯합니다. 우선 남다른 취향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인생을 조망하고, 그 과정을 통해 소수자의 인생을 좀 더 설득력 있는 무엇으로 비추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소수자를 둘러싼 다수자의 사회를 전경화함으로써 세상과 제도에 대한 '낯설게 바라보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페스티발>은 남다른 성적 취향에 대한 영화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다만, 성적 취향에 있어서는 비범한 구석이 하나씩 있다 뿐이죠. 가령, 여성의 속옷을 입어 보고 싶은 남자 교사라던가(여성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그냥 옷을 입어 보고 싶은 겁니다), 채찍을 휘두르며 에로틱한 관계를 맺고 싶은 주부, 인형을 사랑하는 청년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성적인 취향이 남다르다 뿐이지, 훌륭한 사람들이에요. 이해영 감독은 이 점에 주목합니다. 그는 특유의 정밀하고 감각 있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디테일들을 동원해 캐릭터들의 평범함과 비범함을 교묘하게 양립시킵니다. 다분히 의도적이지만 설득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와 인물들이 풍부한 영화적 기교를 통해 화면에 등장합니다.
아쉬운 것은 바깥으로 드러나는 영화의 장르를 생각할 때, 관객이 실망할 여지가 크다는 점입니다. <페스티발>은 외형적으로 코미디의 형식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이 코미디의 강도, 빈도, 질이 그리 높지 않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주제를 다룬 영화를 위해 작심하고 웃으려고 했음에도 관성적이고 따분한 유머감각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르로서 코미디를 취하면서 코미디를 소홀히 하다니 이건 크나큰 패착입니다.
더구나 성만큼이나 유머러스한 소재를 쥐고 있으면서 이 정도 수준의 유머를 구사한다면 정말이지 코미디에 대한 모욕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희극은 비극만큼이나 장구한 역사를 가진 장르이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구성과 설정뿐만이 아니라 뛰어난 감각과 시간,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페스티발>은 무엇이 부족해도 한참이나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류의 소재를 갖고 화장실 유머를 구사하는 코미디 영화가 나왔어도 이보다는 웃길 것입니다. 감독 특유의 아기자기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꼼꼼한 디테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이지만, 일반 관객들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이해영 감독이 걱정이군요. 웃기지 않은 농담을 자주 하는 사람은 인기를 잃습니다.
p.s
1. 음악이 좋습니다. 달파란이 참여했더군요. 현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호소력이 컸습니다. 달파란답게 당연히 세련됐고 말이죠.
2. 신하균이 맡은 사이즈 강박증의 경찰 캐릭터는 도무지 참아내기 힘들 정도로 불쾌한 인물이더군요. 마초적인 모든 것들을 집약한 캐릭터인데 이게 아무리 마초적인 것들에 대한 희화화라 하더라도 보는 것 자체가 괴로운 수준의 캐릭터는 아무래도 좀 심하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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